수술을 앞둔 환자는 수술이 끝나면 다시 건강해질 내 모습을 기대하며 수술에 임한다. 하지만 ‘수술 중에 아프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전날 잠을 못 이루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은 한평생 살면서 처음 받아 보는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마취란 원래 ‘감각을 잃어 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환자가 평온한 수면상태에서 통증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그중에 전신마취란 깊은 수면을 유도해 고통스러운 수술 중 각성을 막고, 통증 등의 불쾌한 감각을 모두 없애고, 근육도 수술 중에는 잠시 잠들게 하고, 수술 중 자극에 대해 내 몸이 평온하도록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간혹 마취주사 한 방으로 내 몸을 죽여 놓고 수술 끝나면 다시 살리는 거라고 오해하는데, 사실과는 다르다. 다양한 수술 자극에 대해 내 몸 상태를 적정하게 유지시키는 행위인 것이다.
지금부터 일반적인 전신마취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보면, 몇 시간의 금식 끝에 침대차를 타고 수술실에 도착한다. 몇 가지 확인을 다시 거쳐 지정된 방으로 들어간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몸에 심장박동 확인을 위한 심전도 패드가 부착되고, 혈압감시를 위해 자동측정 혈압계, 몸에 꼭 필요한 산소가 잘 공급되는지 보기 위한 산소포화도측정기, 그리고 마취심도감시 장치가 이마에 부착된다. 이런 준비가 되면 마취과의사가 산소마스크를 입 주위로 가져다대면서 “마취 시작할까요? 편안하게 숨쉬세요”라면서 마취를 시작하게 된다.
환자가 적정하게 마취가 되면 수술이 시작되고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마취제 등 각종 약물과 첨단기기를 환자의 성별, 나이, 체중, 병력 등에 따라 섬세하게 조종을 하면서 환자의 몸이 수술자극에 적합한 가장 평안한 상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던 이전에는 아마도 약초, 술 등을 먹거나 고통을 참으면서 수술을 받거나 팔다리를 묶어놓고 했을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9세기에 흡입마취제가 처음 소개된 이후, 200여 년 동안 마취는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고 수술의 발달 또한 안전하고 아늑한 마취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누가 마취를 하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고 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특화된 전문 영역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숨 자고 나면 끝나니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수술에 임하면 된다.
(창원 the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철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