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통증이란 무엇일까? 통증이란 일종의 화재경보기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재경보기는 불이 나면 시끄럽게 소리를 내어 알려주는 기계다. 집이나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우리는 소리를 듣고 모두 대피하면서 위험을 미리 방지한다. 급성통증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체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 장치이다.
그런데 만약 불이 꺼졌는데도 계속 울려대는 고장난 화재경보기가 있다면 아주 괴로운 소음이 된다. 만성통증이 이러한 경우다. 이미 원인이 다 치료됐는데도 계속 통증만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수술 후에 수술도 잘되고 상처도 잘 아물었는데 계속 아픈 경우나 대상포진 치료가 잘 끝났는데도 신경통이 남아 있는 경우다.
따라서 ‘만성통증도 병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병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낸다. 흔히 알고 있는 감기도 급성 상기도 감염이라는 병이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머리도 아프고, 콧물 나고, 온몸이 쑤시는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통증 또한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낸다. 만성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소되고,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결국 가족관계,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회생활까지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된 몇 가지 예를 보면, 만성통증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고, 지속적인 통증에 의해 뇌세포나 척추세포가 파괴된다는 보고도 있으며,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아파서 오래 누워 있다 보면 혈액순환 장애와 더불어 심혈관계 질환이나 호흡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따라서 통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인 것이다. 통증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신경치료, 외과적 치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신경치료법은 특수바늘과 특수기계를 사용해 아주 정확하게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과 그 주위에 약물을 주입, 신경의 염증이나 부종을 가라앉히는 치료법이다. 굳이 말하자면, 신경을 살리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번 반복 치료해도 부작용이 적지만 신경치료는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가 결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것은 신경치료의 가장 큰 특징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엉뚱한 곳에 투여한다면 오히려 더 악화돼 통증이 심해질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사와 전문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the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철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