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은 피서의 계절이다. 우리는 먼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한다. 혹시 이동 중에 차에 이상이 있으면 안 되기에.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또 작은 이상이 있을 때 검사를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증상이 없다고 해도 고혈압, 당뇨, 암 같은 질환은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찾아내고 치료를 한다. 하지만 척추 질환은 증상이 없을 때 어느 누구도 검사를 받아볼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병원에 와서 척추에 대한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증상이 있는데도 단순한 근육통으로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목이나 허리 또는 팔다리에 증상(통증, 당김, 저림, 마비 등)이 있다는 것은 척추 어딘가가 이상이 있으니 빨리 병원에서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받으라고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지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게 된다.
실제로 외래 내원환자 중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의 경우들은 충분한 검사 후에 보존적인 치료로 조기에 완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해 질병에 대한 정보가 매우 많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프니까 비슷한 증상을 맞춰보면서 스스로 진단하고 주위에서 이러한 증상으로 이러저러한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스스로 치료를 하다가 호전이 없으면 나중에 병원을 찾게 된다.
몇몇 기억에 남는 환자분들이 있다. 어느 날부턴가 양측 다리에 통증은 없으면서 술 취한 사람처럼 힘이 없어 걸음걸이가 이상해져서 중풍을 생각하고 치료해도 호전이 없어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분도 있었다.
허리 디스크 하면 허리가 아프면서 다리가 아파야 하는데 한쪽 발목에 힘만 떨어지니까 하나의 질병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척추 질환 하면 통상적으로 허리나 목이 아프거나 팔이나 다리에 저림이나 통증이 동반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척추 및 상·하지에 평소와 다른 조그만 이상이 있으면 한 번쯤은 척추 질환을 의심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척추 질환은 꼭 수술을 해야 한다는 선입관은 버려야 하겠다. 수술은 보존적인 치료에 호전이 없는 경우에 시행하거나 마비 등의 신경학적 결손 증상이 있을 때만 시행한다.
내 몸에 조그만 이상이 있으면 한 번쯤은 의심을 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고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창원 the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