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1-경남신문]
만물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 교정은 새내기 대학생들의 들뜬 표정이 말간 봄 햇살만큼이나 아름답다. 교복을 벗고 성인임을 뽐내는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은 다리를 길고 멋지게 보이도록 해주는 하이힐이나 키높이 구두다.
그러나 보기에는 좋은 패션 아이템들이 척추와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10cm가 넘는 킬힐이 유행하면서 이를 신는 젊은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키 높이 깔창 역시 여성들의 하이힐 못지않은 높이를 자랑한다. 이렇게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배는 살짝 내밀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는 불안정한 자세로 체중을 발끝으로 지탱하여 걷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결코 척추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
허리가 뒤쪽으로 휘면서 척추의 후 관절이 맞물려 디스크를 압박하게 되고, 척추 뒤 공간이 정상보다 좁아지게 된다. 또한 척추 주변의 근육에 긴장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처음엔 별 증상이 없다가도 서서히 허리 통증이 생기기 쉽고, 척추가 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신경이 눌리면서 다리까지 저리는 증상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평소 굽이 높은 구두를 자주 신는 사람은 추간판 탈출증을 비롯한 척추질환과 척추전방전위증과 같은 척추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추간판 탈출증은 하이힐의 높은 굽으로 생긴 불안정한 자세로 척추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닳거나 과도한 압력에 의해 척추강 내로 탈출하는 질환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불안정한 척추 관절 탓에 위의 척추 뼈가 아래 척추 뼈보다 앞으로 밀려나와 어긋나 있는 상태로, 배열이 어긋난 뼈는 근처 신경을 압박하여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굽이 너무 높은 구두보다는 3~4cm 높이의 구두를 신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멋을 포기할 수 없다면, 높은 구두를 신어야 할 경우는 일주일에 3회를 넘지 않는 것이 좋고, 하루 착용시간은 6시간이 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날은 중간중간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대학 새내기들에겐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개성을 나타내는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성인으로서 건강을 해치는 패션 아이템은 되도록 피해 스스로 건강한 척추의 S라인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젊다고 과신해서는 안 되는 것이 척추 건강이다. 늙어서 고생한다.
(창원 the큰병원 전방경유척추수술외과 차선욱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