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1-경남신문] 건강칼럼 - 마을회관 앞 유모차들
최근 통영의 한 섬에 의료 봉사를 갔다. 그런데 마을회관 앞에 유모차 몇 대가 보였다. 젊은 사람들이 없는 섬이라 아기도 없어 유모차가 있을 이유가 없는데 아이러니했다. 유모차의 주인은 이 섬의 할머니들이었다. 젊어서부터 허리를 숙이고 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허리가 굽어져 정상적으로 허리를 바로 펴고 걸을 수가 없어 유모차를 기둥 삼아 걷는 것이었다.
사람은 두 발로 보행을 하기에 척추의 구조는 중력에 저항해 바로 서서 걸을 수 있도록 변화돼 왔다. 하지만 수십 년을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하다 보면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돼 나중에는 허리를 바로 펴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태를 퇴행성 척추 전만증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신경을 감싸고 있는 인대의 비후화가 초래돼 척추강 협착증 등의 퇴행성 척추 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마을회관에 진료를 받은 어르신 대부분이 척추의 퇴행성변화로 인해 허리 통증 및 양측 다리 통증이 주 증상이었다. 통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사는 동안 증상을 완화시켜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검사를 하고 나면 꼭 질문하는 것이 있다. ‘왜 이런 병이 생겼나요?’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 등이 주원인이다. 물론 운동 부족이나 외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척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좌식 문화가 발달돼 있는데, 맨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은 척추에 아주 좋지 않다. 특히 맨바닥에 앉아서 장시간 일을 한다든지, 허리를 숙이고 하는 일 등은 척추에 무리를 주고 반복되다 보면 여러 가지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척추에 좋은 자세는 조그만 의자의 이용이다. 싱크대에 서서 일을 하거나 장시간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작은 의자에 한 발씩 교대로 다리를 올려놓고 일을 하면 허리에 가는 충격을 줄일 수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경우라면, 한 시간에 한두 번 정도는 잠시 멈추고 허리를 뒤로 젖히면 긴장된 허리 근육을 완화시키고, 척추 관절에 가해지는 힘을 줄일 수 있다.
수술 후 환자에게 ‘허리를 바로 펴세요’라고 하면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배꼽 있는 배 부위를 앞으로 쭉 내미세요’라고 한다. 허리를 바로 꼿꼿이 세우는 것이 좋은 자세이지만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기에 배를 앞으로 쑥 내밀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허리가 바로 펴지면서 허리 뒤쪽의 근육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돼 허리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the큰병원 김경범 원장)